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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서울 끄트러미에 있는 후진 동네에 있지만,
10분만 걸으면 산과 강을 만날 수 있는,
그래서 산책하기에는 서울에서 이만한 곳도 없다.

나는 산책을 워낙 좋아하는데다가,
집앞 한강공원이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되,
주말이면 항상 그곳을 찾는다.

오늘 찾았던 한강에서는
본격적인 여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후덥지근하고 땀이 차서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탁 트인 풍경과 한가롭게 뻗은 길은,
지친 일주일의 피곤을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걷다보면 쉼을 방해하는 놈이 있으니,
바로 '생각'이다.
특히 나쁜 생각.
나쁜 생각은 이상하게도 한번 들기 시작하면,
다른 나쁜 생각들을 불러내어 오고,
가끔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도 해서,
마치 세포분열하는 아메바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게 된다.

그럴 때는 생각을 멈추려 억지로 노력하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데,
자연은 그 때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그러니까 길가의 풀과 꽃, 나무, 벌과 나비, 새소리까지
그것들을 그냥 '스쳐'가지 말고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어느 새 생각은 사라지고 쉼이 찾아온다.

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알게 되는 것이 많은데
가령 우리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그저 잡초라고 불리우던 그 풀들이
알고 보면 꽤나 다양할뿐더러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생각보다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왠지 신기한 생각에 가만히 들여다보면
벌과 나비도 날아들고 생전 보지도 못했던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모습도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 한가로운 산책길이 우리에겐 쉼이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들은 그저 날고 기어다니는 것 같지만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목숨을 걸고 하는 일들도 많다.
개미 한마리가 먹을 것을 들고 열심히 길을 횡단하고 있다.
그런가 보다 하지만 그 주위에는 그렇게 길을 횡단하다 죽어간 개미들의 시체가 즐비하다.
우리에겐 한걸음 한걸음이 산책이지만,
그들에게 우리들의 한걸음은 목숨을 위협하는 재앙이다.

가만히 보다보면 산책길이라 불리어지는 이 곳은
여러가지 또 다른 세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치열한 세상을 알게 된 이후로
한번쯤 사진을 찍어놓아야지 하다가 오늘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우리는 얼마나 인간 중심으로, 나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더불어 산다는 것을 왜 자꾸 잊게 되는가.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세상에서 살다가
이렇게 다른 세상을 단 몇분이라도 보고 나면
아둥바둥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참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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