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다시, 책을 읽다.


3년전인가,
태희에게 받았던 선물이다.
민경이에게 갔어야 할 선물인데 뒤바뀌어 내게 왔다던 그 선물.

언제부터인가 내 생일마다 꼬박 선물을 챙겨주던 태희였지만,
그 때마다 고마워하기는 커녕 내 취향을 모른다고 꼬집어주던 안하무인의 나였다.
허허..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봐도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안하다 태희야. 더불어 항상 고맙구나.

어쨋든 나의 그런 철없음 덕에,
단지 제목과 그림만을 보고 청소년 로맨틱 소설쯤으로 착각했던 나의 어이없는 편견 덕에,
책장 구석에 누렇게 바래져버린 책이었건만,
휴가철을 맞이하야 그저 그냥 손에 잡히는 책이라는 이유로 다시 읽혀졌다.

이 책은 내게 "김영하"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해 줌과 동시에,
아주 오래되어 이제는 퇴화되버린건 아닐까 의심했던 나의 책과 문학에 대한 욕심을 다시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
다시한번, 태희에게 감사.

간만의 이른 퇴근,
어찌 써야할 지 모르는 시간을
그를 고르는데, 읽는데 할애했다.
실로, 작가를 발견한 게 얼마만인지.

너무도 우울해서
자각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초라한 현실을
당연하다는 듯이 심드렁한 어투로 내뱉는 그의 태도가 맘에 든다.
그렇다. 우리는 "모든 가치와 의미를 무화시키고 지워버리는 늪과 같은 현실의 공허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세삼스레 새로울 것도 없지만,
구지 자각하고 싶지 않은 저런 모습이 우리 현실의 전부라니.

비판의식이란 건 가뜩이나 무거운 삶의 무게에 짐만 더할 뿐이다.
메트릭스의 빨간약이란 영화속에서나 정의일 뿐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난 다시 책을 읽게 되었으며,
글도 다시 쓸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영화도, 음악도, 다시 듣고 보게 될 수 있을지도.
사람도 되찾게 될 수 있을지도.

든든한 친구라도 사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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