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삶을 바꿀 수 있는 힘 내 안에 있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틱낫한 (명진출판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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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아주 오래된 습관이 있다. 바로 자기 자신과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달아나려는 마음이다. (p.39)


* 몸과 마음을 잇는 다리, 호흡

맞다. 우리는 현재를 과거와 미래에 희생시키는 버릇이 있다. 그건 가치관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습관의 문제가 더 크다. 그래서 후회와 걱정이 쓸 데 없는 일이란 걸 알고 있고, 인정하고, 받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그쳐지지 않는 것은 '습관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보자. 대부분은 몰라서라기 보다는 (물론 무지도 한 몫을 한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는 것들이 많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행위들의 대부분은 또 반복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습관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그것은 바로 호흡이다. (p.39) ... 호흡은 몸과 마음을 잇는 다리이며 (p.93) ...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은 하나가 되고 매 순간 지금 이 순간에 도착한다 (p.198)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한데 있다. 호흡, "숨쉬기" 이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불안은 당신의 몸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당신의 몸을 갈등의 싸움터로 만들었다. 숨을 들이쉬면서 자신의 몸을 인지하고 편안하게 이완시켜라. (p.43)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하나의 에너지이며, 심장, 간, 위, 장처럼 몸의 일부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위가 다치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소화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처럼, 분노, 불안, 걱정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몸안을 돌아다니며 우리의 생체활동에 장애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생체활동 중 하나가 '정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은 다스리고 치유해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인내하거나 제거해야 하는 '나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수술하듯 제거하려 한다던가, 혹은 무작정 참으려만 한다하여 그런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억압하면 할 수록 점점 더 커져갈 뿐이다. 그것들은 마치 암세포처럼 자가증식을 하려는 속성을 가지므로, 우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몸에 자리를 잡고 점점 더 번식하여 우리를 괴롭히게 되며, 그 결과 우리가 얻게 되는 병은 '불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정적 감정들이 일어난다면 우선 그 실체를 응시하고, 그것들이 스스로 사그러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 조치가 바로 '호흡'이다.

호흡은 당신에게 휴식을 준다. (p.40)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달아나는 마음, 그러니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현재에 대한 불만과 욕심, 이 모든 것을 잊고 휴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호흡이다. 호흡을 통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을 유지할 수 있고, 깨어있는 마음은 우리에게 만족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

휴식도 하나의 기술이다. 몸과 마음을 온전히 쉬도록 허락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173) ... 조약돌을 하나 집어들고 강물로 던져라.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조약돌은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바닥에 닿는다. 이제 바닥에 내려앉은 조약돌은 그저 쉰다. ... 힘들이는 것은 다 그만두라. 다만 존재하고 휴식하라. (p.174)


* 주객전도의 사회, 목적의식적 인생

자본주의 사회는 주객전도의 사회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규범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주객이 전도된 인식이 아주 만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전도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특정 물품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나에게 '사용'될 만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며(가령 옷은 몸을 보호하거나 나를 뽐내는 사용가치를 가진다), 그것이 교환가치를 가지는 것은 사용가치를 가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사용가치가 '주'이고 교환가치가 '객'이라는 말인데, 객은 '주'가 있어야 비로소 '객'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객'이다. 적용해 보자면, 교환가치라는 것은 사용가치에 근거해서 비로서 파생되는 일종의 허구적 가치이다. (몸을 보호하지 못하거나 나를 뽐낼 수 없는 옷은 사용가치가 없으므로, 교환가치 또한 발생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 두 가치의 주객이 전도되는데, 교환가치를 가져야만 비로서 사용가치가 발휘될 기회를 얻는다. (팔리지 않는 옷의 사용가치는 발휘될 수 없다) 그리고 그 교환가치의 가장 대표적인 물품이 바로, '돈'이다.

그런데, 우리 인생도 주객이 전도되어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시스템때문이기도 한데, 가령 회사를 다니다 보면 우리는 살기위해 일하는 것인지,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우리는 윤택한 삶을 누리기 위하여 일하고 돈을 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 우리의 생활은 일하고 돈 버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는데는 그저 남는 시간을 다급하게 할애할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회사에서 살아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경우에는 주객전도가 더 심해진다. 이제는 즐겁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돈을 벌고 즐거운 삶은 뒷전이 되고 만다. 주객전도는 이외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즐거움을 위한 수단이었던 돈이, 목적이 되어 즐거움을 희생시키며, 휴식을 주기 위한 수단이었던 감각적 쾌락은, 목적이 되어 우리의 휴식을 방해한다. 결국 행복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들을 모두 '목적'으로 돌려, 우리의 시간을 그 '목적'을 위한 희생으로 변질시켰으며, 우리는 그 '목적'의 노예가 된다. 이러한 라이프사이클은 우리로 하여금 목적의식적 사고에 대한 강박을 낳았으며, 이러한 강박은 목적-수단의 프레임에 의한 사고를 습관화한다. 바로, 'A을 하기 위해 B을 한다.'는 방식의 사고이다.

'먹기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고, 깨끗한 접시를 얻기 위해 설거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다만 우리는 요리하기 위해서 요리하고, 설거지하기 위해서 설거지를 해야 한다. (p.40)

우리의 몸에 체화된 사고방식의 틀은 무섭다.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마음까지 지배한다. 우리는 자꾸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를 수단화하려 하며, 그래서 우리는 자꾸 지금 이 시간으로부터, 자기 자신으로부터 달아나려하는 습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가 얻은 건 '불행'이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면 당신은 자신을 사랑할 수도 남을 사랑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은 당신으로부터 이해와 사랑을 못 받았다고 느낄 것이다. (p.35)


* 無念

생각을 멈추고 그냥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한 당신은 존재할 수도 온전히 살아있을 수도, 삶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내가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반대로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에 빠져 길을 잃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p.42)

지금 이 순간에 속하기를 방해하는 것은 모두 나를 온전히 살아있게 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이다. '생각'이 바로 그러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면, '생각'은 정지될 것이다. 그것이 온전히 살아있는, '존재하는' 상태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물리치게 하여 온전히 살아있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련의 방법이 바로 '호흡'이다.



우리를 가두는 것은 감옥의 쇠창살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로 달아나려는 습관이다.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호흡하는 법과 지금 이 순간을 축하하는 법을 배우라.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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